강헌은 팝과 재즈, 클래식, 국내 대중음악 등 음악사를 전방위적으로 뒤져 음악사의 결정적 장면이랄 내용을 몇 가지 골랐다. 1권에 이어서 2권에서 네 꼭지의 글을 실었다.
해방전후시기 우리의 새로운 음악을 모색했던 ‘조선음악가동맹’을 ‘러시아 5인조’(교과서에서, 이른바
국민음악파라고 소개하는)와 비교하고 있으며,
1980년대를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라 보면서, 당시의 대중음악을 주류(조용필)와
비주류(들국화, 노찾사 등)가
경쟁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한다.
1848년 혁명의 실패 이후 등장한 신(新)빈악파와 미국에서 등장한 흑인들의 재반전, 즉흥음악, 혹은 비밥을 이야기하고,
‘예술사에서 가장 순조롭게 혁명에 성공한, 인류 최후의 문화 콘텐츠’라 결론을 내리고 있는 뮤지컬이 오페라로부터
어떻게 이어졌는지 풀어낸다.
사실 1권보다 흥미는
좀 떨어진다. 당연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1권의 내용보다 2권의 음악과 음악가 들이 ‘내게’
좀더 낯설기 때문이다. 조선음악가동맹과 김순남은 아무리 그 의의가 크다고 하더라도 <사(死)의 찬미>나 <목포의 눈물>보다 낯설고, 러시아5인조는 모차르트, 베토벤보다
낯설다. 그래도 재즈가 비밥보다 익숙하다. 다만 1970년대의 청년문화의 김민기, 양희은보다 1980년대의 조용필, 들국화, 노찾사
등이 시대적으로 나와 맞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순 있었다(그건 상대적이다. 1권에서도 우리나라 얘기는 더 재미있었다).
그런 것도 있다. 2권에서는
좀 나열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5인조의 음악 제목들, 조선음악가동맹 소속의 인물들과 그 음악 제목들, 재즈 이후에 엎치락
뒤치락하며 등장하는 흑인 음악들, 오페라 제목들 등등. 아는
것들과 어디선가 들어본 것들,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막 얽힌다.
상당 부분 나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래도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고 한 강헌이기에 좀 아쉽다. 물론
글을 어렵게 쓴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효한 것은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순남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이였는지보다 왜 그런 음악을 하려고 했는지가 더 중요하고,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최초의 ‘슈퍼스타’라는 걸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 그 시대에 그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토양에서 이른바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그라운드로 도약하는 가수와 팀들이 등장했는지가 더 의미 있고, 흥미롭다. 뮤지컬을 감상하면서도 그 뮤지컬이 등장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왜 우리나라의 시장이 성장하면서도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것도 역사적, 시대적, 세계적 맥락을 통해서 분석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강헌 씨에 이끌려 떠난 음악 여행은 분명 진지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크게 심각하지 않았으며,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가 언급하는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과거를 상상할
수 있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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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 저 | 돌베개‘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독자 앞에 선 이 책 전복과 반전의 순간 은 이렇듯 음악이라는, 대중과 긴밀하게 연결된 예술 장르를 통해 당연한 듯 받아들이던 것에 무차별적으로 물음표를 던짐으로써 지난 역사의 어떤 순간들이 갖는 다층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새로운 독법의 제시이자 그것이 가진 의미의 시공을 종과 횡으로 누비는 전방위 문화사이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 저 | 돌베개강헌, 음악사의 베일을 낱낱이 벗기다!
그냥 받아 적기만 해도 책이 된다. 음악평론가 강헌의 입담을 두고 그간 뭇사람들이 해온 말이다. 호는 의박意薄, 자는 산만散漫이라는 그는 20여 년이 지나서야 ‘첫’ 책을 출간한다. 음악사를 통해 역사와 예술의 이면을 읽는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은 강헌이 책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출판사에는 2권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 가 출간되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시리즈는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기나긴 인류의 음악사 속에서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어 어떤 특수한 음악적 현상이 이끌어내는 특별한 역사적 장면을 주목하는 책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
책을 펴내며
1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 재즈 그리고 로큰롤 혁명
재즈와 로큰롤, 그것은 노예의 후손인 하층계급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한 번도 독자적인 자신의 문화를 갖지 못했던 10대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문화적 권력을 장악한 혁명의 다른 이름이다.
2 청년문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통기타 혁명과 그룹사운드
1950년대 미국에서 로큰롤 혁명이 있었다면 1960년대 말 가난한 대한민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통기타 혁명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최초의 청년문화를 일군다. 통기타 음악은 순식간에 주류 음악 시장을 점령했지만 박정희 군부 정권은 이 청년 문화를 문화적 적대자로 규정했고, 이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제4공화국의 한낮에 처형되었다.
3 클래식 속의 안티 클래식 모차르트의 투정과 베토벤의 투쟁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음악적 신동이 아니라 빈의 궁정 한가운데서 시민 예술가를 꿈꾼 몽상가였고,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악성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서 공화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던 현실주의자였다. 두 사람은 모두 평생 비정규직이었다.
4 두 개의 음모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 속에 숨은 비밀
한국의 대중음악사는 ‘현해탄의 동반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센세이셔널리즘과 함께 극적으로 개막한다. [사의 찬미] 신드롬의 배후엔 일본 제국주의 음악 자본의 음모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 신드롬을 징검다리로 하여 일본의 엔카 문화는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통해 한반도 상륙을 완료했으며 엔카의 한국 버전인 트로트는 최초의 주류 장르로 등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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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7
1 민족음악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 14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제국주의와 함께 밀어닥친 서구중심주의의 열풍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새로운 음악사를 창조하려 한 이들이 있다.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이들이 주창한 민족음악은 민족의 감수성을 담은, 민중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불멸이 된 러시아 5인조와 달리, 조선음악가동맹은 한반도 현대사의 격랑 속에 실종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2 주류와 비주류의 행복한 이인삼각 96
시장의 카리스마, 언더그라운드의 신화
1980년대는 자본주의에 의해 음악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다. 시장경쟁 체제는 문화를 병들게도 하지만, 다양성을 담보한 시장 확장은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마이클 잭슨과 조용필, U2와 들국화. 이들이 위대한 음악성을 보여준 1980년대는 건강한 주류가 비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대였다.
3 엘리트주의의 위대한 반역 190
신빈악파와 비밥의 미학적 혁신
1848년 유럽에서 혁명은 실패했고, 새로운 세기에 등장한 신빈악파는 부르주아 음악문화의 뻔뻔한 동어반복에 저항하며 오선지 위의 혁명을 꿈꾸었다. 그로부터 40여 년 후,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반인종차별투쟁 중이었다. 그들은 ‘스윙’마저 백인에게 빼앗겼다. 체계적인 음악과 약속된 연주. 이건 재즈가 아니잖아! 그들은 즉흥연주를 통해 재즈 본연의 흑인정신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음악, 그것이 비밥이었다.
4 음악 열등국가가 만들어낸 최후의 무대 콘텐츠, 뮤지컬 268
오페라의 영광을 찬탈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그랑오페라를 위시한 17세기 오페라는 지배계급의 문화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대중적 예술로 전환했다. 이후 미국은 실용주의와 자본주의 노선을 내세워 브로드웨이를 구축했고, 이에 자극받은 영국은 웨스트엔드를 형성했다.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키며 예술사에서 가장 순조롭게 혁명에 성공한, 인류 최후의 문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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