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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하느님과 똥

유난히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책을 찾다가 발견하게 된 책이에요. 어려서부터 똥을 좋아하더니 커서도 이상하게 똥이란 단어를, 또 똥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똥과 비행기가 모두 제목에 있는 책이라서 아이도 관심을 가지고 잘 보네요. 어린 시절의 나도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책 속의 아이들은 엉뚱하고 순수하고 천진난만해요. 요즘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 때만 해도 아이들이 참 순수했던 것 같아요. 내 아이만은 아이다운 순수함을 간직해줬으면 하지만 주위 환경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과거의 순수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워요.누나의 말을 그래도 믿고 하느님을 미워하는 아이의 모습이나 할머니댁에 가는 길에 만난 아저씨가 건네준 플라타너스 잎 이야기, 딱지 이야기, 눈에 관한 하느님의 실수 이야기, 꽃샘추위에 관한 이야기 모두 아이들의 엉뚱함과 순수함, 천진난만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요. 아이도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웃더라고요. 저도 아이책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즐거울 수 있었어요.아이는 이 책을 읽은 이후로 화장실에 갈 때 꼭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가는 버릇이 생겼어요. 책 속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네요. 저도 이상하게도 가끔 신경이 쓰이네요. 아이들 책을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일들을 담은 동화집입니다. 엉뚱한 걱정, 정당한 분노, 순수한 아름다움 등 천진한 어린이의 마음속 정경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 따뜻한 시선에 어린 존재에 대한 격려와 우정이 넘칩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깔끔한 문장과 문장 부호 하나까지도 고민하고 다듬은 탄탄한 구성은 이 단순한 이야기를 더없이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만듭니다. 표제작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은 똥 누는 것까지 훔쳐보는 엉큼한 하느님 이야기입니다.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에는 학교 다니는 손위 형제에 대한 우러름과 서운함과 괜한 심통 같은 감정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플라타너스〉에는 골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하느님의 실수〉의 ‘내 눈엔 왜 내가 안 보이지?’ 하는 엉뚱한 의문엔 감탄하면서도 슬몃 웃음이 납니다. 〈딱지〉를 보면 아이들에게도 그 나름의 질서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녕?〉 매서운 추위에 모두 얼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새봄에 다시 나온 나무와 꽃을 통해 생명에 대한 ‘경의’를 보여줍니다.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
플라타너스
하느님의 실수
딱지
안녕?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