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필요한 말만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말을 꾸미는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시가 좋아진다. 소설은 주제를 향해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 문학상을 접하면 그런 생각도 잘못이라고 반성이 된다.
2002년 이상 문학상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대표작 뱀장어 스튜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가끔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뱀장어 스튜는 그 해답을 현명하게 말해준다. 위안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찾는 것, 그런 무료한 삶을 이기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어쩌면 나의 삶이 매우 평화로워 기쁨에 겨운 푸념이라도 한 듯한 느낌을 뱀장어 스튜는 말해준다.
이외에 편견과 아집에 놓여 있던 미성숙 개인이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첫사랑 ,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전세금을 찾기 위해 1인 2역을 하는 이인소극 , 축복받지 못한 탄생의 여인이 고난에 찬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인 등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주제가 한 권에 담겨 있다. 각각의 작품들이 주옥같다.
다시 한번 문학의 힘은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을 일상이 아니게 하는 힘. 그런 일상에서 큰 깨달음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힘. 더 많이 읽고 깨우칠 일이다.
2002년도 한국 소설문학의 큰 흐름과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 작품을 포함한 9편의 우수작상이 지닌 각기 다양한 작품세계가 이 한 권 속에 펼쳐져 있다. 2002년도 제2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권지예 씨의 소설 가 선정되었다.
한국 소설의 새 경지를 개척할 만한 탁월한 표현수법, 강렬한 주제성 그리고 새로운 소설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랑의 숨은 파괴욕과 집착의 화려한 승화를 대상의 미화를 넘어선 참신한 상징적 은유를 통하여, 생동감 넘치는 기법으로 완성한, 권지예의 는 한국 소설사에 오래 기록될 것이다.
대상 수상작
권지예
추천 우수작
김연수
김인숙
윤영수
정영문
조경란
천운영
한창훈
기수상작가 우수작
최인호
1. 대상
권지예 〈뱀장어 스튜〉
대상작가 자선 대표작 〈내 가슴에 찍힌 새의 발자국〉
2. 추천 우수작상
김연수 〈첫사랑〉
김인숙 〈밤의 고속도로〉
윤영수 〈이인소극(二人笑劇)〉
정영문 〈죽은 사람의 의복〉
조경란 〈마리의 집〉
천운영 〈눈보라콘〉
한창훈 〈여인〉
3. 기수상작가 우수작상
최인호 〈유령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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